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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묻는다.

 

-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수술실 간호사 정은영 -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강의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한 열정은 어디서 살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시가 떠올랐다. 한번쯤 활활 타오르고 싶은 반쯤 깨진 연탄이 지금 내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의 서두에 선생님은 질문하셨다. “그러면 여러분은 프로입니까?”

나는 요즘 그냥 병원 다니는 그냥 간호사 일 하는 사람이다. 학교 졸업하고 8년, 간호사로써 직장을 다닌 것을 합하면 6년 조금 넘는 시간, 그동안 내가 다녔던 직장은 이번이 6번째이다. 첫 번째 종합병원에서 사람에게 실망하고, 나에게 실망하면서 3개월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그때는 내가 다시는 간호사를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아니 거의 없음을 깨닫고, 투항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은 간호사라는 직업이었다. “여기를 포기하고 나가면 간호사다운 일은 할 수 없어요.”라는 예언은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어느 정도는 다양한 형태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다 잡았고, 메리트가 있다면 참고 견뎌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지식에 안일한 자세로 대응하지 않기 위해, 공부도 하고, “왜?”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그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나는 나에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던 것 같다. 결국 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고, 뭘 해도 마음이 힘들었다. 특히나 업무의 특성상 불편한 대상자를 상대하고, 서로 지치고 힘든 직장동료들과 함께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보면 끝내는 세상에 찌든 성인의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무슨 일 하세요? 그 일은 어때요? 라는 질문에 “일이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일이니까 참고 하는 거죠.”라는 대답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나’ 괜찮지 않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딜 가든 결국에는 한 조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없으면 서운한 사람이 나인데. 정작 본인은 매우 불행해하고 있다. 이미 나는 Burn Out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듣게 된 강의인데, 믿을 수 없게도 손주온 선생님께서는 간호사라는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이일이 재미없었던 적이 없었다.” 라는 말에 그야말로 경탄을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선생님께는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이 있으셨다. 나니까 잘해야 한다는 자신과의 경쟁에서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오셨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문제를 파악하고, 계획하고 실전을 대비해 나뿐만 아니라 파트너의 준비까지 확실히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동안 바르게 살기위해 읽어본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나오는 성공하는 사람의 정석인 사람을 마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선생님은 정년이 지났음에도 평생을 몸담은 직장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으시다는 점에서 진정한 능력자이시며 멋진 삶을 살고 계시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웠다.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겉으로는 더 나아가고 발전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한계를 만들고, 피하고, 포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한때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활활 타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 믿고 노력했다. 지금도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노력하면 끝내는 이루어진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고되고 힘이 든다. 때로는 몇 년에 걸쳐져 이뤄지는 노화를 한순간에 겪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이 내가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일까에 대해 의심을 하다보면 결국 두루뭉술하게 지나가게 된다. 즉 열정을 사전에 차단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께서 르네마그리트의 천리안이라는 그림을 보여주셨다. 화가가 평범하고 자그마한 알을 보고 비상하는 새를 그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이대로 가면 내 그림은 계란 프라이 정도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란 프라이가 내 미래라니. 나는 병원의 그저 그런 부속품이 아니다.

내 알의 성장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번쯤 넓고 푸른 하늘을 비상하는 크고 아름다운 매가 되고 싶다. 이제 반쯤은 깨어져 버렸을지 모르지만. 남은 반쪽은 똑같은 연탄이기에 다시 활활 타오르고 싶다. 

다음번에 누군가 나에 대해 물어본다면 선생님의 말씀처럼 거만하고 당당한 자기소개를 하고 싶다.

“나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병원의 허리역할을 하는 간호사인 동시에 따뜻한 인형을 만드는 인형작가입니다. 나는 사람의 마음까지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감성을 가졌으며, 아직은 멀쩡한 학습능력으로 많은 지식을 습득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프로입니다.”